우편함에 새끼 깐 할미새
철이네 우편함은 강 저 편에 있습니다.
집배원 아저씨가 강 건너 오시는 게 미안해
저 편 강가 숲 속 소나무에 우편함을
달아 놓았답니다.
며칠에 한번씩 배를 타고 건너와
편지를 찾아가는 철이 아빠.
우편함 속에 할미새 부부가
보금자리를 만들기 시작하더니
알록달록 귀여운 새알을 낳았답니다.
철이 아빠는
옆 소나무에 바구니를 하나 달아놓고
글을 써 붙였습니다.
"집배원 아저씨, 편지는 여기에 넣어주셔요."
"우편함에는 산새가 새끼를 치고 있어요."
호기심에 살금 살금 다가가
우편함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
솜털 보송한 새끼들이 어미가 온 줄 알고
노란 입을 짝짝 벌립니다.
나는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
가슴이 콩닥콩닥
얼른 뒷걸음쳐 도망쳤습니다.
어린 것들이 다 자라 날개가 돋치면
철이 아빠의 고마움을 부리에 물고
저 파란 하늘로
날아오를 것만 같습니다.
-현효겸 제공-
(김영두님의.신춘문예당선작)